
130g 마우스는 반년 만에 서랍, 3년 쓴 선풍기는 출장비 3만 5천 원
9만 원짜리 무선 마우스는 반년 만에 서랍으로 들어갔고, 2만 원짜리는 3년째 같은 책상 위에 있다. 갈린 건 옆면까지 8개인 버튼과 130g대 무게였다. 3년 쓴 선풍기는 모터 부품값 8천 원짜리 고장에 출장비 3만 5천 원이 붙어 합계 4만 3천 원 견적이 나왔다. 사기 전에 봤어야 할 값은 성능이 아니라 무게와 출장비였다.
버튼 8개는 반년을 써도 안 외워졌다
비싼 쪽은 처음 며칠 확실히 좋았다. 상자부터 달랐고 클릭감도 달랐다. 걸린 건 옆면에 몰려 있는 버튼이었다. 개수가 8개였고, 손가락이 지금 몇 번째를 짚고 있는지 매번 헷갈렸다. 앞으로 가기를 누르려다 창이 닫히는 일이 반복됐다.
쓰다 보면 외워질 줄 알았는데 반년을 매일 써도 안 됐다. 원인은 개수보다 배치였다. 버튼이 옆면 한 면에 몰려 붙어 있어서 손가락 감각만으로는 경계가 안 잡혔다. 정확히 누르려면 마우스를 눈으로 내려다봐야 했다. 마우스를 보면서 쓰는 건 마우스를 쓰는 게 아니었다.
무게는 저녁에 티가 났다
무게는 130g대였다. 숫자만 보면 별것 아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손을 얹어 두는 기기에서는 달랐다. 저녁에 손목을 털고 있는 나를 알아채고 2만 원짜리를 다시 꺼냈다. 바꾸고 나서 그 주부터 손목 터는 버릇이 없어졌다. 그래서 원인을 무게로 봤다. 그 사이 책상에서 바꾼 건 마우스뿐이었다.
보조배터리도 같은 식으로 갈렸다. 3개를 써봤는데 매일 가방에 넣은 건 10000mAh 얇은 쪽이었다. 20000mAh는 가방에서 자리를 너무 차지해서 결국 집에 두고 다녔다. 충전 속도는 따로 재지 않았고, 재지 않은 채로도 선택은 얇은 쪽으로 굳었다.
두 대를 같은 항목으로 놓고 봤다
| 항목 | 2만 원 마우스 | 9만 원 마우스 |
|---|---|---|
| 옆면 버튼 | 기본 구성, 옆 버튼 적음 | 8개 |
| 무게 | 따로 재지 않음, 손에 들었을 때 가벼운 쪽 | 130g대 |
| 매일 쓴 기간 | 3년째 진행 중 | 반년 |
| 저녁 손목 | 털던 적 없음 | 손목 터는 버릇 생김 |
| 지금 위치 | 책상 위 | 서랍 |
기능이 부족해서 안 쓴 게 아니었다. 기능이 많아서 안 쓰게 됐다.
선풍기는 부품값보다 출장비가 네 배였다
3년 쓴 선풍기가 돌다 멈춰서 수리를 물어봤다. 모터 부품값 8천 원, 출장비 3만 5천 원, 합쳐 4만 3천 원이었다. 새로 사는 게 싸다는 말을 수리 기사에게 직접 들었다.
납득이 안 돼서 그냥 들고 나왔고 지금 베란다에 서 있다. 여기서 알게 된 구조는 단순했다. 부품이 싼 고장일수록 출장비 비중이 커진다. 부품값 8천 원에 출장비 3만 5천 원이면 수리비의 8할이 사람이 오는 값이다. 그래서 살 때 봐야 하는 건 부품 가격이 아니라 출장비 금액이었다.
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
- 상세페이지 스펙표에 무게가 g 단위로 적혀 있는지. 무선 제품이면 배터리나 건전지를 넣은 무게인지 따로 표기돼 있는지 같이 본다.
- 제품 사진 중 옆면을 정면으로 찍은 컷이 있는지. 버튼 개수만 적어 두고 옆면 사진이 없으면 배치를 알 수 없고, 배치가 안 맞으면 개수는 의미가 없었다.
- 브랜드 서비스 안내 페이지에 출장비(방문 기본요금)가 부품값과 별도 금액으로 적혀 있는지. 금액이 없고 문의로만 넘기는 곳은 고장 났을 때 값을 계산할 수 없다.
9만 원 마우스는 다시 사지 않는다. 다만 이 기준이 유효한 범위는 좁다. 마우스와 보조배터리처럼 하루 종일 손에 얹거나 들고 다니는 기기, 그리고 수리 기사가 집으로 와야 하는 가전 세 종류에서만 겹쳤다. 모니터나 공유기처럼 한 번 놓고 손을 안 대는 기기에도 같은 기준이 맞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