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만 원 공기청정기, 1년 필터값이 5만 원 — 본체 가격만 비교하고 산 대가
8만 원 주고 산 공기청정기가 1년 만에 필터값으로 5만 원을 더 받아 갔다. 본체 가격의 60%가 넘는 돈이 해마다 나가는 구조였다. 살 때는 본체 가격만 열심히 비교했고, 필터가 얼마인지는 한 번도 안 봤다. 가전은 결제하는 날의 가격이 아니라 그 뒤에 붙는 유지비로 사는 물건이었다.
본체 가격만 비교한 대가
구매 당시 비교 기준은 단 하나, 오늘 결제할 금액이었다. 8만 원이면 싸다고 감탄하며 결제했다. 필터 교체 시기가 되고 나서야 정품 필터 가격을 검색했고, 1년 동안 필터 구입에 들어간 돈을 합쳐 보니 5만 원이었다. 본체는 한 번 사면 끝인데 필터는 계속 산다. 이 속도면 2년째엔 필터값이 본체값을 넘는다. 이 계산을 사기 전엔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게 지금 보면 놀랍다.
원인은 단순했다. 상세페이지에서 눈이 가는 숫자는 판매가 하나뿐이었고, 필터 가격은 내가 따로 찾아야 나오는 정보였다. 찾지 않으면 안 보이는 비용은 없는 비용처럼 느껴진다.
반값 호환 필터는 아직 판정 전이다
정품 필터값이 부담돼서 이번 교체 때는 정품의 반값짜리 호환 필터를 끼웠다. 지금까지 확인한 차이는 하나, 새 필터에서 나는 냄새가 정품과 달랐다는 것뿐이다. 정화 성능이 몇 달 뒤에도 유지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호환 필터가 답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 반값이라는 사실만 확실하다.
로봇청소기의 유지비는 돈이 아니라 10분이었다
유지비가 돈으로만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로봇청소기는 돌리기 전에 바닥을 치우는 데 10분이 걸렸다. 양말을 걷고, 의자를 올리고, 러그 술을 말아두고 나면 방이 이미 깨끗해져 있다. 청소기는 그 위를 한 바퀴 돌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계가 나를 돕는 건지 내가 기계를 돕는 건지 헷갈리는 광경이었다. 확실한 건 내 무릎이 로봇청소기를 사기 전보다 바빠졌다는 것이다.
| 품목 | 살 때 비교한 것 | 사고 나서 확인한 유지비 |
|---|---|---|
| 공기청정기 (본체 8만 원) | 본체 판매가 | 필터 구입비 연 5만 원 (1년 사용, 정품 필터 기준) |
| 로봇청소기 | 청소를 대신해 준다는 것 | 돌리기 전 바닥 정리 10분 (러그·의자·양말이 있는 방 기준) |
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
- 상세페이지에 필터 가격과 권장 교체 주기가 개월 단위로 적혀 있는지. 이 두 숫자가 있어야 연간 유지비를 결제 전에 계산할 수 있다.
- 필터 모델명이 명시돼 있고, 그 모델명으로 검색했을 때 호환 필터가 따로 판매되고 있는지. 모델명이 없는 제품은 필터를 제조사 가격으로만 사게 된다.
- 로봇청소기라면 장애물 회피 항목에 케이블·러그처럼 구체적인 사물이 적혀 있는지. '장애물 회피' 한 단어뿐이면 러그 술과 바닥 위 물건은 사람이 치운다고 보면 된다.
공기청정기 자체는 계속 쓴다. 다만 다음 가전은 본체 가격이 아니라 1년 유지비를 먼저 계산하고 산다. 호환 필터는 몇 달 더 지나야 정품 대비 판정이 가능하다.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상세페이지에서 필터 가격이 안 보이는 제품은, 그 안 보이는 만큼을 나중에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