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음 20dB 공기청정기를 밤 열두 시에 제일 먼저 끈 이유 — dB 대신 봐야 했던 것
스펙표에 소음 20dB이라고 적힌 공기청정기를, 침실에서 밤 열두 시마다 제일 먼저 껐다. 팬이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바람이 필터를 스치는 소리가 불을 끄고 나면 유독 크게 들렸다. 그 뒤로는 dB 숫자보다 취침 모드에서 팬이 몇 단까지 떨어지는지를 먼저 봤다.
20dB은 내 침실에서 잰 숫자가 아니었다
숫자 자체가 거짓말은 아니었다. 팬 소리만 놓고 보면 정말 조용했다. 문제는 그 숫자를 잰 장소였다. 소음 dB는 무향실에서 잰 값이고, 무향실에는 내 방의 벽도, 방 크기도, 옆에 세워둔 가구도 없다. 같은 기기를 같은 단수로 돌려도 방이 바뀌면 들리는 소리가 바뀌었다.
더 결정적인 건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종류였다. 팬 모터가 도는 소리와, 바람이 필터를 통과하며 스치는 소리는 성격이 다르다. 낮에는 둘 다 안 들렸다. 불을 끄고 누워서 다른 소리가 전부 빠지고 나면 스치는 소리 하나만 남았다. 이게 20dB짜리 물건이 맞나 싶을 만큼 크게 들렸다. 그래서 끄고 잤다.
결국 침실에 두는 기기에서 내가 봐야 했던 건 최소 소음 dB 한 줄이 아니라, 취침 모드가 실제로 몇 단까지 내려가느냐였다. 최저 단수 기준 dB만 크게 적어두고 취침 모드는 자동 모드 안에 뭉뚱그려 넣은 제품이 있는데, 그러면 밤에 공기 상태에 따라 팬이 알아서 올라간다. 자다가 소리로 알게 된다.
표시된 숫자가 어긋난 건 소음만이 아니었다
같은 집에서 시계를 한 번 훑어봤다가 더 놀랐다. 전자레인지가 혼자 4분 앞서 살고 있었다. 3년 만에 알았다.
원인은 단순했다. 스스로 시각을 맞추는 기능이 없는 가전은 사람이 손으로 맞춰야 하는데, 나는 3년 동안 한 번도 맞춘 적이 없었다. 시각이 맞았던 건 네트워크로 알아서 동기화하는 두 대뿐이었다.
| 기기 | 폰 시각과 차이 | 스스로 시각을 맞춤 |
|---|---|---|
| 전자레인지 | 4분 빠름 | 안 함 |
| 밥솥 | 2분 느림 | 안 함 |
| 에어컨 리모컨 | 오전·오후가 반전 | 안 함 |
| 폰 | 차이 없음 | 함 (네트워크) |
| TV | 차이 없음 | 함 (네트워크) |
에어컨 리모컨은 오전과 오후가 뒤집혀 있었다. 예약 기능을 안 써서 3년 내내 몰랐다. 전자레인지는 설명서를 어디 뒀는지 몰라서 맞추는 방법을 못 찾았고, 그냥 4분 빠른 채로 두기로 했다. 조리 시간에는 영향이 없으니까.
두 이야기가 결국 같은 자리로 갔다. 상세페이지에 적힌 숫자는 제조사가 정한 조건에서 잰 값이고, 그 조건이 내 집과 같은지는 아무도 안 알려준다. 소음은 무향실 기준이었고, 시각은 내가 맞춰야 유지되는 값이었다.
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
- 소음 dB 옆에 기준 단수가 같이 적혀 있는지. "최소 20dB"만 있고 단수별 dB 표가 없으면, 그 숫자는 가장 약한 단수에서만 성립하는 값이다.
- 취침 모드가 자동 모드와 따로 표기되고, 그때 고정되는 팬 단수가 명시되는지. 자동 모드 안에 포함된 취침 기능은 밤중에 단수가 올라간다.
- 시각 표시가 있는 가전이면 상세페이지 스펙에 Wi-Fi 연결이나 앱 연동으로 시각을 자동 동기화한다는 항목이 있는지. 없으면 정전 때마다 사람이 다시 맞춰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버리지 않았다. 낮에는 계속 돌리고, 잘 때만 끈다. 거실에 두고 쓸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거의 해당이 없을 것이다. 문 닫고 자는 침실에 둘 거라면 dB 한 줄만 보고 고르는 건 권하지 않는다. 다만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했을 때 스치는 소리가 달라지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