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W 충전기, 20000mAh 보조배터리를 사놓고 결국 안 쓰게 된 이유

노트북을 꽂는 순간 폰 충전이 멈췄다. 65W 하나면 다 끝난다는 말에 혹해서 산 충전기였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케이블을 세 번은 다시 꽂아봤다. 고장이 아니었다. 포트가 두 개여도 65W를 나눠 쓰는 구조라, 노트북이 45W쯤 가져가면 남는 게 20W도 안 되는 것이었다.

숫자 하나만 보고 산 대가

상세페이지에 동시 충전이 된다고 써 있긴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되긴 된다. 그 '된다'가 이런 뜻일 줄 몰랐을 뿐이다. 65W라는 숫자는 합계였고, 나는 그걸 각 포트에 붙는 값이라고 멋대로 읽었다.

결국 예전에 쓰던 20W짜리를 가방에 하나 더 넣고 다니게 됐다. 충전기 개수를 줄이려고 산 물건 때문에 개수가 늘었다. 이 부분이 제일 웃겼다.

9만 원짜리가 반년 만에 서랍으로 들어갔다

2만 원짜리 무선 마우스는 3년째 쓰고 있다. 9만 원짜리는 반년 만에 서랍행이었다. 성능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버튼이 8개라 손이 계속 헷갈렸다. 이걸 누르면 뒤로 가기였나, 아니면 창 전환이었나. 매번 0.5초씩 멈칫하는 게 쌓이니까 손이 먼저 안 가더라.

무게도 130g쯤 됐다. 숫자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오래 잡고 있으면 손목이 먼저 티를 냈다. 지금은 버튼 적고 가벼운 것만 본다. 충전 방식이 유선이 나은지 무선이 나은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부품값 8천 원, 출장비 3만 5천 원

선풍기가 안 돌아서 수리를 알아봤다. 모터 부품값이 8천 원이라고 했다. 출장비는 3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새로 사는 게 싸다는 말을 수리 기사분 입으로 직접 들었을 때는 진짜 할 말이 없었다.

3년 쓴 물건을 멀쩡한 몸통째로 버리라는 소리인데, 그게 납득이 안 돼서 일단 그냥 도로 들고 왔다. 지금 베란다에 서 있다. 고칠 것도 아니면서 버리지도 못한 채로.

매일 챙긴 건 결국 제일 작은 쪽

보조배터리는 3개를 써봤다. 20000mAh는 용량으로는 압도적인데 가방에서 존재감이 너무 커서 결국 안 들고 나가게 됐다. 매일 챙긴 건 10000mAh 얇은 쪽이었다. 충전 속도는 체감상 비슷했다.

집에 있는 20000mAh는 용량을 한 번도 다 써본 적이 없다. 안 들고 나가는 배터리의 용량은 0mAh다.

다음에 살 때 보려고 적어둔 것

네 번 다 같은 실수였다. 살 때 본 숫자와 실제로 갈린 지점이 달랐다.

산 것 살 때 본 숫자 실제로 갈린 것
멀티 충전기 65W 두 개 꽂았을 때 어떻게 나뉘는지
무선 마우스 버튼 8개 130g 무게, 손이 안 헷갈리는 버튼 수
선풍기 부품값 8천 원 출장비 3만 5천 원
보조배터리 20000mAh 가방에 매일 들어가는 두께

스펙표에 적힌 값은 최대치고, 오래 쓰게 만드는 건 대부분 그 표에 없는 것들이었다. 멀티 충전기를 볼 때는 총 출력 말고 포트별 분배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마우스는 버튼 개수 말고 무게가 몇 g인지, 가전은 부품값 말고 출장비 포함 견적이 얼마인지.

이게 항상 맞는 기준인지는 더 봐야 한다. 비싼 게 무조건 별로였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서랍에 들어간 물건들은 전부 숫자가 컸고, 매일 손이 간 건 전부 작고 가벼운 쪽이었다.

65W 충전기, 20000mAh 보조배터리를 사놓고 결국 안 쓰게 된 이유 · 써보고 남기는 기기 노트